베네수엘라는 심각한 경제 위기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법정화폐의 가치가 붕괴되었다. 이 글에서는 왜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비트코인을 법정화폐의 대안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비트코인이 가져온 변화와 한계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베네수엘라의 법정화폐의 몰락
베네수엘라는 한때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로 꼽혔다. 세계 최대 수준의 석유 매장량과 천연자원을 기반으로 경제를 성장시켰으나, 정치적 불안정과 부정부패, 경제정책 실패가 이어지면서 국가 경제는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 특히 2010년대 후반 들어 베네수엘라 볼리바르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2018년 한 해에만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은 100만%를 넘겼다.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고, 현금은 종이조각으로 전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은 달러화를 비롯한 외국 통화를 선호하게 되었고, 일부는 중앙은행과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새로운 대안 화폐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의 부상과 필요성
비트코인은 중앙기관의 개입 없이 운영되는 탈중앙화 디지털 화폐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하여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공급량이 2,100만 개로 한정되어 있어 인플레이션 위험이 거의 없다. 이런 특성은 법정화폐가 붕괴된 베네수엘라에서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국민들은 정부의 외환 통제와 은행의 지급불능 상태를 피해 비트코인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해외 송금도 주요 활용 분야 중 하나였다. 많은 베네수엘라인들이 해외로 이주해 가족에게 돈을 보내야 했지만, 정부의 외환 규제 때문에 기존 금융망으로 송금이 거의 불가능했다. 이때 비트코인을 통해 국경을 넘어 빠르고 저렴하게 송금할 수 있었고, 이후 현지에서 볼리바르나 달러로 환전하여 생활에 사용했다.
베네수엘라의 비트코인 거래량은 2020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P2P 거래 플랫폼인 로컬비트코인(LocalBitcoins)에서 베네수엘라의 거래량은 전 세계 상위권을 기록했으며, 이는 국가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음을 반증했다.
비트코인 도입의 영향과 정부의 대응
비트코인의 사용 증가는 정부의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는 2018년 자체적인 암호화폐 '페트로(Petro)'를 발행해 외환 위기를 타개하려 했지만, 이는 국제사회에서 거의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은 여전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글로벌 암호화폐를 선호했다.
일부 상점과 식당에서는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도입했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큰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모든 국민이 비트코인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서민층에게는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았다.
비트코인의 채택은 베네수엘라에서 자유로운 가치 저장 수단과 국경 간 자본 이동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동시에 변동성이라는 문제도 안고 있었다. 비트코인 가격의 급격한 등락은 이미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민들에게 또 다른 불확실성을 안겨주기도 했다.
비트코인의 가능성과 한계
비트코인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경제적 자유를 제공했다.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화폐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고, 일부 국민들은 이를 통해 자산을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과 기술적 접근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베네수엘라 경제의 대안 화폐로 자리잡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확장성과 속도 문제가 해결되고, 보다 안정적인 스테이블코인(예: USDT)이 보급된다면 더욱 폭넓게 사용될 수 있다고 본다.
한편, 베네수엘라의 사례는 비트코인이 단순한 투기 자산이 아니라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생존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 비트코인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초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법정화폐의 신뢰가 완전히 붕괴된 대표적인 국가다. 이 속에서 비트코인은 정부의 통제 밖에서 국민들이 선택한 새로운 화폐로 부상했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자산을 넘어 생존과 자유의 상징이 되었으며, 이는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과 기술적 진입장벽, 인프라 부족이 여전히 한계로 지적된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스테이블 코인을 부유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인해 비트코인이 가지고 있던 변동성을 잡을 수 있게 됐다. 향후 베네수엘라와 같은 국민국가 중 경제 위기 국가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진 자국화폐를 포기하고 디지털 화폐를 통해 얼마나 자유와 안정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글로벌 경제와 암호화폐 산업의 주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